안녕하세요. 임수정서퍼님 반갑습니다. 2024 7월 중문서핑대회에서 실제로 만나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어요! 이렇게 인터뷰요청에 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겨울서핑에 대한 다큐멘터리 <THE WINTER SURF 2 : Passion>에서 임수정님의 겨울서핑에 대한 철학과 열정에 대한 인터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1. 어떻게 서핑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지금은 훈련하기 가장 좋은 시흥에 뿌리내리고 있지만 처음 시작은 부산 송정 바닷가였어요. 초등학생이었던 동생이 방과 후 수업으로 서핑을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 동생은 밤낮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바다로 나갔죠. 추운 겨울이었고 눈 오는 날이었어요. 슈트를 여러 겹 겹쳐있고 덜덜 떨면서 서핑을 하고 오는데, 너무 행복해 보여서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물어봤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해봐야 안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해 여름 서핑을 접했고 결국 그 해 겨울 동생과 같이 서핑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아시안게임 시딩을 따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2. 그렇게 중학생 무렵 서핑을 좋아하는 남동생의 영향으로 서핑을 시작하고 홈스쿨링까지 하시면서 서핑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린 수정으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하실 건가요? 어린 수정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뭐라고 얘기해주고 싶으세요?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다만 어떻게 하면 좀 덜 돌아가는지 더 힘 있게 할 수 있는지 어린 수정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덜 고생했으면 좋겠어요.

-덜 돌아가고 힘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 돌아가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지혜겠군요!

3. 보통의 학생들과 다르게 자신만의 길인 서핑을 선택하신 거네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과감한 선택인데요. 부모님의 신뢰와 지원이 정말 남다릅니다! 수능경쟁대신 서핑트립이라 정말 멋진 유년시절이네요!

고등학교 진학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어느 학교를 가면 서핑을 많이 할 수 있을지’였어요. 그때 부모님께서 “서핑이 그렇게 좋으면 한번 제대로 해봐라”며 밀어주셨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홈 스쿨링을 하고 남동생, 아버지와 함께 세계 곳곳으로 서핑 트립을 다녔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부모님이 정말 멋지셔요: )

4. 클라이밍선수 출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지원으로 남매가 2011년 나란히 국가대표까지 되었는데, 그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남동생과 제가 가장 예뻤던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부상도 상처도 덜 입었을 때 말이에요. 다 엄마아빠의 덕이였어요. 도우러 와주신 아빠 목에 남동생과 함께 메달을 걸어드리는데 살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5. 2011 – 2022년 국내외 대회 챔피언 21회, 입상 40회 수정님을 검색하면 화려한 수상이력이 나오는데요. 수많은 입상의 순간 좌절의 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순간이신가요? 

부상이 연달아 찾아왔을 때였어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응급수술도 하게 되고 회복하러 간 전지훈련에서 댕기를 걸려 급히 한국으로 들어왔을 땐 정말 세상이 저에게 등을 돌린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억울했어요. 실은 그거랑 관계없는 건데 말이죠. 그때 당시 유튜브에 알고리즘으로 삶을 잘 마무리하는 법,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런 게 떠서 더 속상했었어요. 다행히 그때 가장 친한 친구인 남편이 잘 길잡이 해주어 차근차근 회복시키며 꿈을 다시 꾸게 되었습니다. 본인 스스로를 못 믿을 때에도 날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걸 가장 힘들 때 알게 되었죠. 사람이 가장 큰 선물이고 행복이란 걸 알게 된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러고 둘러보니 주변에 참 좋은 멋진 고마운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가장 힘든 순간,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을 받으셨군요. 마치 서핑처럼 인생의 미스터리 한 아름다움입니다!

6. 하와이 도쿄 등 큰 파도를 찾아 많이 여행하신 걸로 아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스폿은 어디이며,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와이 노스쇼어 선셋비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이라는 걸 파도 위에 올라섰을 때 생생하게 체감해요. 발아래 보드 밑에서 파도 결이 꿈틀거리며 솟구치는 게 가만히 있어도 소름 끼칠 정도로 생생하게 느껴져요. 대단했었어요.

7. 서핑하면서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그것 또한 하와이 노스쇼어 선셋 비치랍니다. 그날 파도는 정말 집채보다 컸고 멈칫하는 순간 파도가 날 집어삼켜 내동댕이 치는데 살면서 가장 긴 와이프아웃이었어요. 이제 멈출 때가 됐는데 하는데도 안 멈추고 계속 절 바닷속으로 끌고 내려가더군요. 아 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서서히 런드리가 멈췄고, 눈을 떠 주변을 살펴보는데 어디가 하늘인지 빛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빠져들어간 상태였습니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며 몸에 힘이 빠지니 몸이 살짝 뜨더라고요. 그때 정신을 차렸어요. 뜨고 있는 곳이 위쪽이겠구나. 남은 힘이 없었을 텐데 어디서 난 힘인지 전력을 다해 팔다리를 저어 올라갔더니 드디어 빛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미친 듯이 팔다리를 저었고 드디어 물 밖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 알았어요. 공기가 달 수 있다는 걸. 사실 큰 파도, 파도에 말리는 것이 더 무서워질 수 있었을 경험이었는데 저는 그럴 때 되려 더 덤덤히 직면하려 하는 편입니다. 그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어떤 경험이던 감정이던 나에게 독으로 쓸지 힘으로 쓸지는 본인이 결정하라는 선생님에 말이 도움 많이 됐어요. 

-공기가 달 수 있다니! 너무 멋진 표현이네요! 두려움, 위기의 순간을 덤덤히 직면하고, 그 경험을 본인의 강함으로 만든다! 공포를 성실하게 극복하고자 했던 프로서퍼의 철학이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8. 수정님에게 바다란 어떤 의미인가요? 

애증에 친구, 동료, 선생님

9. 5년 만에 제주서핑대회가 열렸는데 파도는 어떠셨나요? 서핑하기 전 혹은 대회전 루틴 같은 게 있으시다면 어떤 걸까요? 

제주도 파도 정말 좋아해요! 언니오빠들이랑 닮았어요 거친듯한데 다정한 츤데레 개그 캐!

평소 서핑 전 식사를 항상 견과류 과일 물로 간단하게 먹는 편이에요. 그러고 훈련 시간 넉넉하게 도착해서 꼼꼼히 준비하고 항상 하는 준비운동으로 몸을 풉니다. 그게 평소 서핑 전 루틴이에요. 대회 전 루틴은 비밀입니다.

10. 수정님은 우아한 서핑스타일로도 유명한데요. 오랜시간 서핑을 해오면서, 추구하는 수정님의 서핑스타일이 있으신가요? 

그날 바다의 파도처럼 움직이려고 해요. 거친 파도에선 거칠게 부드러운 파도에선 부드럽게. 

11. 한국의 올바른 서핑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배러댄서프에게도 마지막 조언이나 응원 한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진심을 다하면 언젠가 닿는다고 합니다. 잘 하고 계시는 듯 해요. Never try never know.

10. 수많은 대회경험을 가진 베테랑 서퍼로서 프로서퍼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 있으신가요? 파도가 무서운 초보서퍼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프로페셔널이 뭔지에 대해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고 완전히 상업화된 프로페셔널한 타 종목을 찾아도 본 뒤 본인의 프로페셔널 정의를 세우고 그에 맞게 방법을 찾는 걸 추천드립니다. 파도가 무서운 초보서퍼분들 왜 무서운지 생각해 보셨어요? 강한 노즈다이빙 때문에? 큰 낙차 때문에? 강한 런드리 때문에?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그에 맞는 방법은 만나면 알려줄게요. 너무 다양해요.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우선 안전제일이니 사람 적은 곳으로 가시고. 무서운 상황을 인지하고 안전한 상황에서부터 조금씩 더 그리고 자주 직면해 보세요. 트라우마는 마주할 때 해결 된다고 합니다. 물론 안전한 방법과 함께!

11.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비누하나로 샤워를 마치신다고 들었어요: ) 바다를 사랑하는 환경지킴이들도 피부건강 놓칠 수 없으니 좋은 제품 추천해 주세요! 

파도스튜디오에 보드모양 약산성 샴푸바 추천해요. 물론 저로부터 나오는 것들이 적어졌으면 해서 이걸 쓰는 것도 있지만 가져 다니기 편하고 흐를 걱정 없고 순한데 잘 지워져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번에 다 편하게 사용하고 있답니다. 

12. 서퍼이자 인간수정님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강하지만 다정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