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wan Kim, Bumsurfboards


LA에서 활동 중인 한인 surfboard shaper 인환의

범서프보드 설립배경과, 

가장 한국적인 이름으로 보드 시리즈를 내놓는 

배짱 좋은 쉐이퍼의 이야기


보드 이무기2.0 



1. 간단하게 자기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86년생이고, 호랑이 띠고 캘리포니아에 온 지는 3년이 안 됐어요. 지금 2년 9개월 정도 됐고, 지금은 범서프보드라는 보드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김인환이라고 해요. 저는 주로 지금은 롱보드를 만들고 있는데, 사실 커스터마이즈 보드를 만들고 있으니까 손님들이 원하신다면, 숏보드든 피쉬든 미드랭스 무엇이든 다 만들고 있어요. 


2. 서핑 보드의 모델에는 결국 지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범서프 보드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지금 사실 제가 만들고 싶은 이 범서프보드 자체는 유저 프랜들리한 보드를 만드는 게 일단 목표예요. 롱보드가 크게 나누면 클래식, 하이 퍼포먼스, 올라운드 이렇게 나뉘는데, 처음에는 클래식 보드로 노즈 라이딩에 포커스 한 보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첫 번째 아웃오브마인드서핑 대표 현민이랑 프로젝트로 만든 '이무기' 보드였고. 지금 새로 만들고 있는 보드는 싱글 핀 보드인데 엄청 속도가 빠른 보드예요. 속도가 빠르면서 밸런스가 좋은 보드예요. 현민이가 여러 보드를 타보니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죠. 저는 제 라이더라고 해서 제 보드만 타는 걸 원하진 않아요. 다른 보드도 많이 타면서 비교를 해주는 게 더 좋거든요. 현민이가 그런 친구죠. 예전에 현민이가 다른 보드를 타다가 저한테 가져와서 ‘이거 형이 만들고 싶은 보드인 것 같아요’라고 해줘서 크리스텐스의 트레이드 밀 보드를 살펴봤어요. 템플릿을 만들고, 이전에 제가 만들었던 모델 중에 구미호라는 모델이 되게 빠른 싱글핀 보드였거든요. 그 보드의 최종 버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3. 범서프 보드라는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중인데, 혹시 범서프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캘리포니아에 와서 되게 친해진 친구들이 다 서핑하는 친구들이었어요. 그중에서도 되게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86 친구들이었어요. 5명이었는데 저희들끼리 크루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름을 뭘로 할까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다 호랑이 띠니까 범으로 하자가 된 거죠. 범이 사실 캘리포니아나 미국에서는  서프 범(Surf Bum) 이러면 약간 서핑만 하는 한량 같은 애들을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 의미가 좋았어요. 같은 범이라는 발음이 있는데 여기서는 서프 범이라는 말이 서핑만 하는 미친 사람들 이런 거라 나쁘게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서핑하는 사람들은 서프 범을 되게 동경하거든요. 서핑만 하고, 정말 자유롭게 사니까 엄청 멋있다고. 저는 호랑이 띠고 제 브랜드에서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많이 심어주고 싶었는데, 이 범이라는 단어를 쓰면 이중적인 의미로 내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겠다 생각해서 범서프보드가 되었죠. 그리고 제 이름 인환에서 ‘인’이 호랑이라는 뜻도 있어요. 실제로 사람들이 항상 물어봐요. 이 범서프보드의 의미가 뭔지. 이야기를 해주면 미국 애들이 되게 재미있어해요. 한국 사람들은 다들 범이라고 하면 호랑이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또 서프 범을 모르니까 설명해 주면 또 재미있어하고요.


4. 주문한 블랭크에도 김인환이라고 쓰여있더라고요. 미국에 살게 되면 아무래도 인환이라는 발음을 좀 어려워하니까 미국식 이름으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한국이름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냥 저 스스로는 그게 저의 정체성이니까 그걸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었고, 홍콩에 살 때도 사실 그 생각을 했었어요. 그때는 대학원을 다녔는데, 홍콩 애들 마저도 영어 이름이 다 있으니까 학교에서도 교수님이 영어 이름을 하는 게 어떠냐고 했을 때도 내 이름이 좋고, 발음이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나는 괜찮다 상관없다 했거든요. 그냥 발음이 어려운 친구들은 Kim 킴이라고 부르기도 했었어요. 미국에서 손님들 중에 멕시칸 친한 친구들은 인후완이라고 발음을 하기도 해요. 저는 그래도 상관 없어요


5.  스승이자 마스터 그리고 가족처럼 보이는 카로자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주세요


이 이야기는 또 홍콩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데요. 제가 홍콩에 처음으로 쉐이핑을 배웠던 사람의 이름도 사실 크리스였어요. 처음 쉐이핑을 배운 건 사실 일을 하고 싶다기보다 제 보드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서였어요. 홍콩에 있던 크리스는 사실 캐나다 사람이었고, 저에게 쉐이핑과 리페어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2개월 동안 알려주고 잠깐 본인 나라인 캐나다에 일이 있어서 돌아갔는데, 하필 그때 Covid-19가 터진 거예요. 그래서 못 들어왔어요. 홍콩은 완전 다 셧다운 시켜서 아예 외국으로 나가는 것도 안 되고 들어오는 것도 안 되고 그래서 홍콩에 있던 크리스의 워크숍을 어쩔 수 없이 1년 동안 맡게 된 거죠. 학교도 다니면서 딩 리페어도 하고 크리스랑은 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이거 어떻게 하는 거냐 저거 어떻게 하는 거냐 하면서 배웠거든요. 


- 줌 미팅으로 대학 생활 하는 느낌이었겠네요.

 

맞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그 후에 인테리어 디자인, 브랜딩 같은 일도 하고 버튼 스노보드에서 일을 했었어요. 하드웨어 디자인 팀으로 취직을 하려고 했었는데 1년 동안 서핑이 너무 재밌고 이 일 자체가 저랑 너무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디든 서핑이 메인인 곳에 가야겠다 생각을 해서 캘리포니아로 아무것도 없이 그냥 왔어요. 여기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어딜 가야 되는지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와서 한 두 달 동안은 포트폴리오랑 이력서를 들고 서핑샵을 직접 다 다녔어요. 가서 인사하고 주고 이메일 넣고. 그러다가 미국의 크리스를 만났죠. 처음 크리스를 만난 그날, 크리스의 인상이 홍콩에 있던 크리스랑 너무 비슷했고 사람한테 오는 바이브도 비슷하고, 워크숍 사이즈도 너무 크지 않은 사이즈로 저한테 너무 잘 맞아서 크리스랑 일을 시작을 하게 되었죠. 일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LA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가족처럼 챙겨줬어요. 운이 좋았죠.


6. 한국에서 활동하는 쉐이퍼들은 보통 미국이나 호주에서 배워서 본인의 브랜드를 만드는데, 미국 현지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서핑보드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이 큰 도전일 수도 있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쉐이퍼로서의 앞으로 목표나 철학이 있나요? 


일단 제 목표는 좀 거창해요. 목표 자체는 10년 안에 이 헌팅턴 비치 베이스인 로컬 쉐이퍼로서 이름이 조금 알려졌으면 해요. 제 보드를 타는 사람이 이 주변에 많은 게 아니라 이 주변에서 서핑 타는 사람들이 ‘너 범서프보드 알아?’ 했을 때 ‘어, 나 들어봤어.’ 이 정도까지 되는 게 근 10년 안에 목표고 사실 제가 쉐이퍼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가 생각해 보면 직업으로서 정년이라는 게 항상 있잖아요. 제가 우연하게 맥타비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할아버지가 아직도 쉐이핑을 한다는 게 놀라운 거예요.. 그 나이 70대 후반에서 80대 후반 까지도. 그런 사람이 그 사람 한 명이 아니라 알고 보니 캘리포니아에는 널리고 널렸고 심지어 바로 앞에 자주 오시는 로버트 어커스트 보드를 쉐이핑 하신 마이크 할아버지도 70대 후반이신데, 아직도 쉐이핑을 많이 하세요. 제 목표는 내 브랜드를 내가 즐길 수 있을 만큼 계속 열정이 안 없어지고 오래갈만한 걸 찾았는데 쉐이핑을 찾은 거죠. 저는 원래 패션도 좋아했었는데, 서핑을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서핑 컬처를 접하고 관련된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도 같이 접목해서 전개할 생각이어서 앞으로 더 다양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쉐이퍼로서 서핑 문화를 만들어서 확장하겠다는 이야기네요.


서핑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백인이라 백인 문화로서 인식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캘리포니아 안에서 한국 쉐이퍼로서 한국적인 문화 특색이 들어가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하는 작업들 중에 스모키 한 블랙 컬러를 저는 최대한 많이 쓰고 있는데, 이게 약간 먹 같은 느낌이 나서 계속 시도하고 있어요. 계속해서 너무 한국적인 것도 아니면서 너무 미국 문화를 동경하는 느낌도 아닌, 그게 잘 섞인 걸 만들고 싶은데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7. 그게 어려우면서도 강력한 매력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브랜드 스토리, 네이밍 전부 동서양이 잘 섞여있다고 느꼈고, 디자인도 굉장히 한국적이어서 유니크하다고 느꼈습니다. 본인만의 컬러를 일관되게 잘 밀고 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응원하고 있어요. 그럼, 보드 이름을 한국 요괴에서 따서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말씀 감사합니다(웃음). 보드 이름은 무조건 한국 발음, 단어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었어요. 그래서 피쉬보드를 만들면 그냥 ‘물고기’ 이렇게 갈 생각만 하고 있었죠. 롱보드를 만들면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처음 이름을 붙이게 된 보드가 현민이를 라이더로 정하고 보드를 만들어주면서 이름을 제대로 붙이게 되었죠. 보드에 뭐가 되었든 스토리가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민이한테 ‘현민’의 이름 뜻을 물어봤었어요. 이름 뜻이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큰 사람이 되어가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어서 ‘뜻이 꼭 이무기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래서 ‘이 보드 이름은 이무기로 가자.’ 한 거죠. 왜냐하면 제 브랜드도 현민이를 통해서 시작점에 있는 것 같고 저도 현민이가 제 보드를 타고 프로 서퍼가 되는 건 아니어도 여기서 서핑을 엄청 즐기고 잘 타고 싶어 하는 친구니까 그런 의미로 이무기를 하면 좋겠다 해서 했는데, 딱 느낌이 뭔가 계속해서 가능하다면 이런 느낌의 이름들로 가면 좋겠다 해서 꾸준히 만들고 있죠. 구미호도 사실 그런 식으로 나온 거고, 그 이후에는 지금 사실 약간 이름 짓는데 부담감이 생겼어요(웃음). 뭔가 특이한 걸 계속해야 되나, 그냥 한국 이름에 발음이 편한 거, 굳이 요괴가 아니어도 말이죠. 요괴 이름이 생각보다 많이 없더라고요. 발음이 어려운 애들이 많기도 하고요.


9. 보드 이름 짓는 방식이 굉장히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라이더의 스토리와 개성을 넣어서 보드를 만들고, 보드를 테스트 해주는 친구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우선 현민은 테스터 겸 라이더예요.. 처음에는 라이더를 해달라고 했었는데, 사실 제가 필요한 건 테스트를 겸할 수 있는 라이더였어요. 제가 만든 보드를 타고 평가해 주고 개선점을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현민이가 가장 적합했었어요. 여기 와서 만났던 여러 친구들 중에, 다 좋은 사람이었지만, 저랑 가장 마음도 잘 맞고 저한테 부담 없이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게 현민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정말 쓴소리도 해주고 좋은 얘기도 해주고 직설적으로 다 얘기해 주거든요. 말로 전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이무기 2.0 버전을 만들 때 정말 별짓 다 했어요. 이무기 1.0 버전은 현민이가 좋아하던 모델이 있었는데, 그 보드랑 비슷한 피그 쉐입에 보드를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그때는 크게 뭔가 이 보드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주었으면 좋겠고 하는 것이 거의 없었고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2.0 버전은 확실히 처음 시작부터 우리는 노즈 라이더를 먼저 만드는 게 좋을 것 같고, 레퍼런스 모델은 빙 보드의 컨티넨탈 보드가 되면 좋을 것 같아서 그걸로 시작이 되었죠. 컨티넨탈이랑 비슷하지만 아우트라인만 비슷하고 락커와 포일이 사실 달라요. 이전에 만들었던 구미호에서 패들 할 때 안정감을 주면서 빠른 패들링이 가능했는데, 새로 처음 만든 이무기 2.0 버전은 그렇지 않았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락커의 미세한 차이가 그 부분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고, 그런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락커를 가진 블랭크를 찾아서 최대한 그 블랭크가 가진 내추럴 락커를 활용하게 되었어요. 현민이가 디테일한 부분까지 캐치해서 저에게 피드백을 주고 있었어요. 그것이 1/8” 정도 되는 차이여도 다른 느낌이라는 것을 알더라고요. 실제로 테스트 모델을 7개나 만들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많은것을 배웠죠.


- 보드의 섬세한 부분들을 같이 찾아나간 거네요.


그렇죠, 저희가 원하는 락커도 그런 식으로 찾았고, 그 락커를 갖고 블랭크도 찾았고. 사실 컨티넨탈이랑 가장 다른 부분 중에 하나가 된 거죠.


- 정말 이무기가 진화하는 것처럼, 범 서프보드 만의 진화랑 비슷한 연대기인 것 같네요.


맞아요. 저도 딱 그렇게 생각해요.


- 미국에 오게 된 이유가 결국에는 쉐이핑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온 거네요?


네, 저는 미국 중에서도 캘리포니아를 고집한 이유가 그거였어요


10. 미국에서 쉐이퍼로 활동도 하면서 서핑도 하고 있는데, 이게 일과 서핑이 섞인 라이프 스타일이잖아요. 본인이 생각하면은 서핑 라이프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그냥 저는 데일리 루틴으로 생각하면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새벽에 나가서 서핑하고 나오면 그래봤자 아침 8시-9시 밖에 안 되잖아요. 그리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거죠. 일을 시작하든지 뭘 하든지 그게 뭐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캘리포니아에서 할 수 있는 서핑 라이프 중에서도 제일 좋은 것 같고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많이는 못하고 있어요. 제 삶 자체가 완전 서핑으로 그냥 가득 차 있잖아요 지금, 그래서 처음에 좀 걱정을 했어요. 내가 재미로 생각했던 걸 직업으로 삼으면 재미있었던 게 없어지곤 하니까. 그런데 저는 처음 1년이 그런 삶을 살아보는 것을 시도해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기간이었는데, 그때 엄청 좋았거든요. 미국에 와 보니까 파도도 너무 좋고, 서핑 문화를 어디서든 느낄 수 있는 장소라, 오히려 일이랑 취미랑 다 하나인 게 생각보다 더 좋더라고요. 일 자체가 일로 느껴진다기 보다도 일하러 오면 항상 재미있고, 다음에 뭘 할지 항상 기대감이 있어요.


11. 홍콩에서도 서핑을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땠어요? 


파도를 떠나서 일단 물이 엄청 더러워요. 제 첫 서핑은 하와이였는데, 그때는 재미를 못 느꼈었어요. 대신 저는 스노보드를 20년 정도 탔었거든요. 스노보드보다 사람들이 서핑이 재밌다던데, 나는 모르겠다였죠. 그러다 홍콩에서 다시 서핑을 시작했는데, 홍콩이 좋았던 점은 라인업이 엄청 짧고 파도가 비기너 프렌들리 해요.. 그래서 서핑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타기에 너무 좋은 스폿이에요. 저한테 홍콩에서 서핑을 다시 시작한 것이 제 인생을 이렇게 바꿔준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12. 홍콩의 서핑시장은 어떤가요? 


제가 느끼기에 홍콩의 서핑 산업은 좀 작은 편이었어요. 제가 알기론 홍콩에 서핑이 알려진 계기가 호주 사람들이 홍콩에 많이 살고 있고 그 사람들 중에 서핑을 하던 사람들이 홍콩 사람들에게 서핑을 알려주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홍콩에서의 서핑 산업의 메인은 거의 호주 사람들이 하고 있다고 들었고요. 홍콩이 또 좋은 것이 대만도 가깝고 발리도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트립을 많이 갈 수 있거든요. 아직까지도 홍콩에서 서핑하는 친구들 중에 연락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요즘은 서핑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다들 실력도 많이 올라갔다고 하더라고요.


13. 이야기를 쭉 들으면서, 범서프보드는 어떻게 보면 본인 가까이에 있는 크루 혹은 가족 구성원이 본인한테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오는데 맞나요?


맞아요. 그게 사실 저한테는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과의 연결점, 관계가 저한테는 항상 되게 중요해요.


14. 다음 모델은 누구와 같이 작업하는 중인가요?


이제 시작할건 이무기 2.0 처럼 기존에 있던 모델들을 업그레이드 시킬 생각이에요. 백범 모델은 벌써 2.0 버전이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넣어서 디벨롭했고, 구미호 2.0 버전도 곧 나올 예정이에요. 아마 다음 프로젝트 중에 좀 재미있을만한 것은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손자이신 필립 선생님과 하는 프로젝트인데, 제가 지금 그걸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선생님께 "서핑보드를 하나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다행히 선생님도 좋아해 주셨고 적극적으로 '도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셔서 너무 만들고 싶다 생각했죠. 선생님과 대화를 통해서 핀테일 롱보드를 시작으로 ‘도산’라인을 만들어갈 생각이에요. 선생님은 아무래도 서핑을 거의 평생 하신 분이셔서, 제가 만들어드리고 선생님께 피드백받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자산이 될 것 같아요.


-기대가 됩니다!


그의 작업실 풍경
그의 작업실 풍경

16.  궁금한 게, 레진이랑 피그먼트랑 섞으면 뭔가 만들 때 어렵고 쉽고 이런 차이가 있나요? 단지 색상의 차이인가요?


색이 들어가면 일단 과정이 추가되는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서 보드를 글라싱 할 때에도 보드 전체로 하는 게 아니라 바텀 먼저 하고 그다음 탑을 나중에 하고 중간에 레일 부분들은 다 래핑 하게 돼요. 클리어한 레진으로 글로싱 한다 하면 래핑 하는 부분을 커팅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색이 들어간 보드는 그 래핑 한 부분을 랩이라고 하는데, 그 부분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을 ‘컷팅 랩’이라고 해요. 피그먼트나 이제 틴트가 들어가면 색깔이 들어가는 보드가 되니까, 무조건 그 부분을 다 마스킹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레진이 완전히 굳기 전에 마스킹한 부분을 다 컷팅해 줘야 해요. 그래야 깔끔하게 커팅 라인이 나오게 돼요. 그런 과정들이 들어가는 게 한 두 과정이 더 들어가는 거니까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이거를 안 하고 싶다 이런 건 아니고 확실히 색깔 하나 들어가는 거랑 색깔 두 개 들어가는 게 좀 다른 거죠. 하나 들어가면 부담 없이 하고, 색이 2-3개 들어가면 시간도 많이 걸리니까 약간 초조한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데 하나하나 할 때마다 프로세스 자체는 동일하니까 이게 몸에 익어서 이제는 좀 편해지더라고요.


17. 정말 저렇게 스택 하나씩 양산하기가 힘들잖아요. 인환 씨가 범서프보드를 통해 지향하는 점은 핸드 크래프트 기법을 가져가고 싶은 걸까요?


지금은 그래요. 앞으로는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원래 처음에 보드를 만들 때에도 보드 하나하나를 사람들한테 스토리가 있게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이야기가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제가 이전에 다른 디자인을 할 때에도 그런 부분에 스스로 희열을 느끼는 편이었어서.. 하지만 앞으로의 프로덕션 방향은 사실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많이 만들어서 팔면 그것도 역시 좋겠죠. 그런데 솔직히 일하면서 느낀 게 서핑보드 만들고 팔아서는 제가 재산이 쌓이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절대 생각 안 해요. 절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공간을 만들어서 보드와 패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지속가능성을 가져가고 싶어요. 지금도 계속 구상 중이고요. 제가 앞으로 만들 샵이 ‘이런 분위기였으면 좋겠다, 근처에 있는 샵 바이브는 이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계속하고 준비하고 있어요.


18. 미국에서는 핸드메이드 보드를 많이 좋아하나요?


보통 핸드메이드 보드라고 하면 100% 핸드쉐이핑을 생각하고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되게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은 CNC을 통해 기계로 깎는 보드는 말 그대로 기계가 깎는 거니까 되게 정확하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명확한 사람들은 사실 CNC로 깎는 걸 선호하고, 편집샵처럼 그 샵에서 여러 브랜드의 보드를 모아서 팔면, 당연히 CNC를 더 선호하죠. 사실 판매가격은 크게 차이가 없거든요. 결국 어찌 되었든 다 브랜드 밸류가 크게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배우고 같이 일하고 있는 크리스 같은 경우에도 오더가 들어오면 CNC로 깎는 게 사실 비율적으로 봤을 때 더 많고 완전 100% 핸드 쉐이핑을 하는 거는 상대적으로 적거든요. 비즈니스적으로 훨씬 효율적이죠. CNC로 쉐이핑을 하더라도 무조건 사람이 전부 스크러빙을 해야 글라싱을 할 준비가 돼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스크러빙을 하냐 또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같은 디자인의 보드라도 조금씩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요. CNC로 쉐이핑을 하는 것을 핸드쉐이핑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핸드쉐이핑의 일부이고, 그것들을 굳이 나눠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100% 핸드쉐이핑이 좋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상 미국 커스터머들은 본인의 취향에 맞게 100% 핸드쉐이핑을 요구하는 경우들이 가끔 있어요. 커스텀 보드들도 결국 CNC로 쉐이핑이 된다는 걸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어요. 100% 핸드쉐이핑 보드에 대한 크래프트맨쉽에 대한 존중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해요.


20. 마지막 질문인데요, 작업할 때 가장 좋아하는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있나요?


이게 오늘 질문 중에 제일 어렵네요. 저는 사실 음악 장르를 가리진 않거든요. 오늘은 오면서 재즈가 듣고 싶어서 재즈를 들으면서 작업했어요.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장르는 락 음악인 것 같아요. 제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국 밴드 중에서는 AC/DC를 좋아하고, 한국 밴드는 윤도현 밴드를 좋아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김진원 드러머님께도 보드를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너무 팬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