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KU
제주 이호테우의 ‘서핑도사’ 롱보더 사쿠
서핑스쿨 키위브라운의 ‘수장’이자 프로서퍼 ‘사쿠’의 서핑에 대한 애절한 사랑과
진짜 ‘멋있는 서핑과 삶’에 대한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야기
사쿠 of Kiwibrown
https://www.instagram.com/doglion_saku/
Q. '사쿠' 님의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제가 이름이 승균인데, 외국에 있을 때 친구들이 발음을 잘 못했어요. 굉장히 슬픈 이름이고 한국 사람도 발음을 잘 못 하거든요. 자기네끼리 성큰, 승쿤 이런 식으로 하다가 되게 자연스럽게 편하게 불러진 게 그렇게 됐어요. 지금 저도 제 이름보다 그 이름이 더 좋아요.
Q. 해외는 주로 어디 쪽에 오래 계셨나요?
-남미 페루랑, 캘리포니아 이렇게. 서핑 때문에 갔죠. 제대로 하고 싶어서 이제 원류를 찾아서 갔어요. 제일 처음 하던 사람들이 있던 곳으로요.
Q. 서핑의 첫 역사가 페루, 남미 지역에서 시작되었나요?
-그렇다고 알게 되었어요. 폴라네시아인들이 고기잡이용 배를 타고 가다가 떠내려가서 하와이 같은 데서 정착을 하면서 말이죠. 사실 서핑의 원산지가 이제 미국이라고 많이들 알고 계시는데 남미 사람들은 자기들이 먼저라고 하거든요. 본인들이 먼저 떠내려가서 하와이에서 시작된 게 서핑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그렇다 보니 서핑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남미에서 시작했다라고 알고 있어요.
Q. 신기하네요, 서핑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처음 역사가 시작된 곳까지 찾아간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사쿠 님은 그럼 언제 처음 서핑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그 당시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끝까지 가고 싶어서, 끝을 보고 뭐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처음 시작은 특별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대학교 방학 때 누워 있다가 달력에 서핑하는 사진 같은 게 있으니까 호기심에 한번 시작했었죠.
Q. 이전에는 뱅커이셨다고 들었어요. 서핑을 하고 가장 크게 사쿠 님의 삶이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가요?
-처음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 3년 후에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냥 돈 모아서 딱 2천만 원 모아서 퇴사하려고 했거든요. 1년 차에, 아 이거 안 되겠다. 여기서 그만둬야겠다 생각했어요. 왜냐면 길이 보이잖아요, 회사에서. 그래서 서핑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제일 힘든 곳으로 가자고 해서 돈 모아서 그만뒀어요. 어차피 저는 집이 제주도고, 이호구가 제 고향이거든요. 내가 이걸 그만둬도 분명히 고향에 가면 할 게 있다라고 생각했죠. 회사 일할 때는 서울에 있었거든요. 원래 서울에서 일할 생각은 없었는데 발령을 내니까 거주지가 달라지잖아요, 그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누군가 제 삶을 결정한다는 게. 갑자기 크리스마스 다음 날 어디 가라고 뭐가 뜨고 발령이라고 사내 게시판 같은 데 막 뜬단 말이죠. 누가 나의 삶을 결정하는가 고민을 하면서 안 되겠다, 빨리 떠나서 내 걸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Q. 서핑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어떻게 확신했는지 궁금해요. 어떤 결심이 있었나요?
-저는 그냥 주변에 있어서 하는 건데, 제가 만약에 강원도에 살았으면 서핑 안 하고 스노보드를 타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찾아가거나 주변에 있는 걸로 순리에 따라서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Q. 지금은 제주 이호테우에 계시면서 키위 브라운 Kiwi Brown이라는 서핑 스쿨을 운영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서핑샵은 운영한 지 얼마나 되셨나요?
-사실 운영하게 된 거는, 서핑을 가르치게 된 거. 제가 원해서 시작한 게 아니고, 먼저 누군가 알려달라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올해 이제 처음 대중적으로 간판도 달고 공개를 하게 된 거죠. 전에는 지인분들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제주에 오시잖아요. 그런 분들보다는 제가 생각하기에 서핑은 계속해야 하고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계속할수록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보니 지역에 있는 친구들이나 어린이들, 계속하고 싶은 사람들 위주로만 강습을 했었어요. 올해부터 시작한 거는 아내가 되게 오거나이징을 잘하거든요. 그래서 예약이나 이런 것도 다 아내가 해주고, 저는 수업만 하고 있어요.
키위브라운 서핑스쿨
https://www.instagram.com/kiwibrownsurf/
Q. 사쿠 님의 SNS계정에서 물구나무하시면서 서핑 타는 모습,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서핑하는 모습이 저희한테도 많은 영감을 주고요, 사쿠 님이 서핑을 대하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나요?
-This is not about a skill, but about message.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제가 페루라 간 이유도 잘하고 싶어서, 남들 이기고 싶어서, 최고가 되고 싶어서 갔단 말이죠. 근데 너무 멀어요. 너무 멀어. 이미 거기 살고 있는 애도 있고, 프로의 세계 그러니까 이런 스포츠의 세계는 누군가와 경쟁하는 세계, 진짜 살벌하거든요. 제가 며칠 전에도 일본에 다녀왔는데 진짜 살벌하게 서핑하고 다들 프로를 원한다면 어릴 때부터 어디 가서 트레이닝을 받아야 돼라고 생각을 하는데 근데 서핑의 세계는 그것보다 더 깊고 넓었어요. 왜냐면 타는 걸로 치면 이 사람이 더 잘 타는데 멋이 있는 사람이 있거든요. 궁금했어요, 왜 이렇게 이 사람은 잘 타는 것도 아닌데 멋이 있을까. 그런 사람들은 철학이 있고 굉장히 여유가 있고 자기만의 스타일이나 삶의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들이었어요. 심지어 그런 사람들은 어디 나가지도 않고 인스타 같은 것도 안 하고, 그냥 동네 도사 같은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프로자격증도 있지만, 어디 가서 막 이렇게 안 하고 도사라고 하거든요. 지리산에 어디 아귀, 짝귀 이런 것처럼요. 철학, 제가 물구나무 서기한 것도 사실 점수에는 아무 영향이 없고 그것 때문에 진지하게 하는 분들한테는 욕도 많이 먹었지만, 재밌잖아요. 이기는 것보다 진짜 경기로 사람들이 본다면 보는 사람들이 재밌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핑은 자기가 너무 재밌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을 좀 신경 쓰지 않는 면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게 다른 스포츠처럼 서핑도 대중화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재밌는 면이 있어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고. 서핑을 하시나요?
Q. 저도 서핑을 배워보고 싶은데, 물 공포증 때문에 못 하고 있었어요. 언젠가 꼭 배우려고 해요(웃음).
-해보세요! 재미있어요. 삶을 윤택하게 해 주지만 너무 빠지면 위험한…. 서핑은 사랑하듯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너무 좋다고 껴안고 들어가 버리면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그런 매력이 있죠.
Q. 사쿠 님이 서핑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 있나요?
-좋은 파도를 만나는 시나리오를 쓰거든요. 너울만 봐도 이걸 어떻게 어디서 잡아서 어떤 부분에서 뭘 하고 어떤 기술을 넣고 어떻게 마무리해야지 마치 마음에 드는 이상형을 봤을 때 이 사람하고 애 낳고 잘 살아야지라고 생각하잖아요. 그게 진짜로 됐을 때가 가장 좋아요. 고수들은 파도가 아직 나한테 오지 않아도 이미 머릿속으로 다 알고 있단 말이죠. 살짝 물결만 봐도 이걸 이렇게 타서 이렇게 해야지 했던 그 계획이 다 맞아떨어졌을 때가. 여기서 행팬, 여기서 마무리, 여기서 물구나무서기. 잘 타는 사람들의 라이딩을 보면 마치 밥로스의 그림처럼 이미 그려져 있는 것처럼 탄단 말이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마치 하나의 그림이나, 하나의 시나리오, 드라마처럼. 저는 드라마가 있는 서핑을 좋아해요.
Q. 서핑을 다양하고 재밌게 즐기시는 것 같아요!
-저희가 추구하는 서핑은 이제, 춤 같은 거죠. 파도랑 같이. 마뉴버(Maneuver)를 만들면서 파도를 정복하는, 인간의 힘을 보여주는. 나 이거 탔다, 나 자연을 정복했어.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건 파도가 무도회장의 파트너라고 치면 에스코트부터 마무리 끝까지 같이 호흡하면서 그 중간에 나만 빠지면 매너가 아니죠. 부드럽게 때론 강하게. 같이 춤을 춘다고 생각해요.
Q. 사쿠 님의 서핑을 대하는 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심지어 강아지도 같이 서핑을 한다고 들었어요!
-네, 저희 너구리(강아지 이름)요. 너구리는 새끼 때 제가 서핑시키려고 바다에 처음 데려갔는데 파도가 너무 커서 그때 한 번 뒤집어져서 물을 무서워했었어요. 근데 저희가 키위 브라운을 운영하면서 너구리를 자주 바다에 데려갔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미역을 막 먹는 거예요, 물속에서. 막 파가지고 먹더라고요. 그래서 바다랑 다시 좋아졌구나, 친구가 됐다. 여름에는 해안 경계선 때문에 물에 못 들어가는데 가을, 겨울 되면 같이 놀고요.
Q. 좋아하는 서퍼가 있나요?
-나. 저는 제가 제일 좋아요. 옛날에는 좋아하는 사람 쓰려면 진짜 a4 용지 10장 나오거든요. 근데 저희 선생님, 그러니까 제 서핑 선생님이 각 지역마다 있어요. 저는 항상 배우고 싶거든요. 그들의 생각이요. 제가 좋아하는 서퍼가 있으면 그 사람한테 찾아갔어요. 그래서 간 거예요, 미국이랑 남미를. 사진도 찍고 얘기도 좀 하고, 그 사람의 스타일을 배우려면 유튜브 만으로는 안 돼. 가서 봐야 돼. 어떤 노래를 듣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 그냥 그런 게 다 서핑 스타일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타는 거예요. 그걸 유튜브에서 보고 따라 해도 안 돼. 그들이 듣는 음악을 듣고 타는 차를 타고 보는 뷰, 그런 마인드를 조금이라도 익히면 어떤 건지,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떤 건지 알면 이해가 되니까. 왜 그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서핑을 타는지, 왜 리시를 안 하는지 등.
Q. 그럼 혹시 가봤던 서핑 장소 중에 가장 애정하는 곳이 있나요?
-남미의 치카마. 페루에 있는데, 거기는 레프트 포인트가 세계 신기록 5분 넘게 탈 수가 있어요. 파도 하나로. 되게 크고 엄청 좋고요. 공룡 시대에 서핑하는 듯한, 원형의 파도를 타면 되게 영험한 기분이 들어요. 뭔가 영적으로 동요되고, 고양되고 새로운 지평을 연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면서.
Q. 제주도 파도는 어떤 것 같아요?
-최고죠. 저는 여기 사는 이상 파도 탓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호테우 파도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분명히 있거든요. 그래서 그 안에서 만족하면서 타려고 해야 한다. 태풍 오면 또 파도 좋고, 그리고 집이잖아요. 마음 편하게 탈 수 있는.
Q. 매일 서핑을 타러 가시나요?
-저희는 일 때문에 매일 가기는 하는데, 타고 싶을 때 타긴 해요. 그런데 매일매일은 하지 않아요. 맨날 하면 멍해지고 좋은 바이브가 안 나와요. 서핑도 계속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되거든요. 근데 마치 사랑하듯이 더 잘하고 싶으면 좀 거리를 둘 줄 알아야 해요. 서핑에 빠져서 갑자기 직장 그만두고 인생을 엄청나게 바꾸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기준에서는 자기 일을 제대로 하면서 밸런스를 맞추면서 하는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저는 멋이 나야 된다고 생각해요. 멋은 향기 같은 거죠, 멋은 흐른다. 일주일에 한 번만 하는 사람이라도 딱 장비 잘 챙겨서 하는 모습을 보면 자기 할 만큼 하고 집에 가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예전에 저도 하루 종일 서핑을 한 적이 있었단 말이죠.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러면 바다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기분이 되게 이상한 거예요. 며칠 그렇게 했는데 나는 계속 바다에 있는데 나 일하러 가야 돼하면서 가는 거예요. 파도 너무 좋은데. 그 사람 입장에서는 파도 좋은데 아쉽지만 가는 걸 수 있지만, 계속 바다에 있는 사람은 되게 기분이 이상해요. 그래서 저는 그때 서핑 그만해야겠다 생각했었어요. 대학교 때. 너무 빠져가지고 했는데 이 상태로 가다가는 인생이 뭔가 내가 파도를 타는 게 아니라 파도가 나를 타는 것 같은 거죠. 그때부터 공부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갔어요. 다시 돌아오기로 약속하고. 그래서 직장을 3년 후에 그만두려고 한 거예요. 너무 서핑이 무서워서 그만둔 케이스였어요.
Q. 대학생 때 시작하자마자 서핑에 너무 빠져서 서핑에 잡아 먹힐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던 거군요, 지금의 사쿠 님이 있게 만든 계기이기도 하고요.
-그렇죠, 만약 그때 서핑샵에서 아르바이트해야지 해서 들어갔으면 아마 지금의 저는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서핑을 너무 잘하고 싶어서 회사도 그만두고 최고가 되고 싶었지만 막상 해보니 최고의 길은 너무 어려운 길이었다. 하지만 멋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것보다는 내 내면의 멋이랑 내가 가지고 있는, 바다를 사랑하고 도사 같은 사람처럼, 동네에 한 명씩 있는. 산에 가면 노루 있잖아요, 그런 노루 같은 존재로 남아서 물론 지금 사람들에게 서핑도 알려주긴 하지만 스스로 피어나게, 마치 자기 자신의 그런 멋을 스스로 피워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해, 저렇게 해 이런 것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사람마다 다 한계가 있잖아요. 어떤 분은 몸이 아프신 분도 있고, 서핑을 많이 못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 한계 안에서 연습하는 모습, 최선을 다하는 게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즐기면 그거나 최고의 서퍼가 최고의 기술을 하는 거나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요.
Q. 사쿠 님이 좋아하는 음악도 궁금해요. 무슨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디스코 펑크요. 직접 디제잉도 하고(웃음).